박인희 세월이가면
작사 박인환
작곡 이진섭
노래 박인희
발표 1978년
회사 지구레코드
박인희(朴麟姬)는 대한민국 가수이다. 작사와 작곡, 방송까지 했던 1970년대를 풍미했던 여성 가수이다. 1970년대 트로트가 전부였던 한국 가요계는 미국으로부터 들어온 포크 열품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서서히 시작되었다. 60년대 후반에 몇 팀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작된 포크 음악은 70년대 타오르기 시작했고, 80년대 절정을 이루었다. 박인희는 7080 세대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이곡은 1978년 발표된 <방랑자, 다리 위에서>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하지만 당시는 앨범이 아니라도 이미 발표된 곡들이 대부분이었다. 개인앨범이 아닌 옴니버스 형식으로 취입되었다. 성향이 비슷한 가수들의 곡을 한 앨범에 넣어 <고운노래 모음> 등으로 붙여 발매되었다. 이 앨범도 기존의 박인희 발표 곡을 한 곳에 모아 <박인희 고운 노래 모음 Vol.3>으로 출시했다.
1945년에 태어났고 현재도 생존해 있다. 풍문여자중학교를 나왔다. 1971년 숙명여자대학교 불문과 재학 중에 혼성 포크 듀엣 '아에모아'를 결성하여 <약속>을 발표한다. 1971년 9월 21일 TBC가요대상 중창단 부분에서 대상을 수상할 만큼 뛰어난 가수였다. 하지만 그해 9월 팀을 해체 한다. 작문 실력도 탁월하여 숙명여대 3학년 재학 중 지은 시인 <얼굴>이 후에 <한국의 명시집>에 실릴 정도였다. 1989년에는 풍문여자중학고 동창이었던 이해인 수녀와 함께 수필집을 낸다.
가사
(대사: 지금은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그 벤치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혀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혀서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박인희는 '노래하는 시인'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7-80년대 포크 음악이 그러한 성향이 강하기는 했지만 박인희의 노래는 유독 더 심했다. 멜로디 뿐 아니라 가사가 전반적으로 서정적이다. 박인희 자신이 스스로 가사에 무척 고심했다고 한다. <세월이 가면>은 박인환(1926-1956) 시인의 묘에 새겨진 <세월이 가면>을 빌려온 것이다. 박인희는 박인환의 시를 좋아했다. 또 다른 노래인 <목마와 숙녀> 역시 박인환의 시에서 가져온 것이다.
가을은 이별의 계절이다. 곧 겨울이 올터이니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 자신을 감싸던 수많은 잎을 떨쳐내고 본질로 돌아갈 시간이다. 사랑이라 여겼던 열정, 반복, 정열, 그리고 갈증. 이 모든 것들은 추억이 되어 대지로 돌아간다.
시는 즉흥적이다. 1956년 서울의 어느 술집에서 박인환은 볼페을 들고 끄적였다. 시가 맘에 들었던 이진섭이 곡을 덧대었다. 즉흥적 감상, 뿌리도 없고 삶의 해부도 필요지 않다. 사랑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사유의 종말, 그러기에 더욱 본질에 가깝다. 꾸며지지 않는 동물적 속성, 그것이 인간이다. 시가 노래가 되었을 때 수많은 가수들이 자기의 것으로 삼고 싶었다. 나애심, 현인, 현미, 조용필... 내로라 하는 가수들이 불렀지만 노래는 주인을 찾지 못했다.
1978년 박인희는 노래하는 시인 답게 이 노래가 나의 노래라를 것을 직감했고, 자신의 앨범에 넣었다. 그때서야 사람들이 이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노래의 서정성과 박인희의 풍부한 감성의 목소리가 일체가 되어 사람들을 매혹시켰다. 쓸쓸함과 슬픔, 애상이 뭔지 깨닫게 했다. 단지 이름만 비슷할 뿐이었지만 박인환의 시는 박인희를 만나 그가 천재 시인이었을 발견된다. 박인희의 목소리로 낭송된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은 그의 대표 시가 되었으니...
낭만 시인 박인환은 노래만큼이나 허무한 사람이었고, 알콜에 기대어 살았다. '세월이 가면'을 쓰고 얼마 가지 않아 박인환은 고주망태가 되어 밤길을 걷다 31세라는 짦은 생애를 마친다. 박인환은 갔으나 그의 시는 남았으니 됐다.
조용필이 부르는 <세월이 가면>
나애심이 부르는 <세월이 가면>
최백호가 부르는 <세월이 가면>
박인희 <끝이 없는 길>